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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omicron2000 2021.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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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프로토타입 모음집

 

나무

『개미』『뇌』로 잘 알려진 베르베르의 소설집. 이 책은 9쪽에 불과한 「사람을 찾습니다」등 10~20쪽 분량의 짧은 단편들을 모아 두었다. 다른 행성 과학자 눈에 비친 '야생인간'의 관습을 다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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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몇 없는 단편집 중 하나이다. 특별히 일관성이 있는 작품들은 아니고, 그냥 특이한 소재를 가진 SF 단편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수록 단편들의 분위기가 대체로 가볍고 소재가 다양하다는 점이 있다. 그러므로 베르베르의 다른 작품들이 너무 어려워서, 혹은 너무 분량이 커서 부담된다면 「나무」를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의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쉽게 읽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웬만한 그의 장편소설보다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이 휠씬 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서평에서도 언급했듯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흥미로운 소재를 끄집어내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완전히 독창적인 소재는 아닐지라도) 그 소재를 끝까지 흥미롭게 이어가는 것에는 약한 면모를 보인다. 「신」이나 「개미」가 대표적인 사례로, 초반부 스토리는 누구라도 손에 땀을 쥐고 볼 정도로 몰입감이 있으나 후반부에는 힘이 많이 빠진다. 초반부만 읽고 그만두는 사람도 적잖이 있을 정도이다. 반면에 「나무」는 글의 분량이 짧기 때문에 소재의 흥미가 단편의 끝까지 이어지기 쉽다. 결말도 깔끔하게 나는 편이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소재도 있지만, 저자 특유의 문체와 센스가 반영되어 진부한 작품이라 느껴지는 경우도 드물다. 아무리 보아도 저자는 장편보다는 가볍게 읽히는 단편이 더 어울리는 듯한데 계속 장편만 고집하는 것을 보면 작가의 취향은 장편소설인 듯하다.

 「나무」를 읽어 보면 저자의 다른 작품과도 유사점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원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작품 사이사이에 연결고리를 한두 개씩 만들어놓기는 하지만, 이 책이 그의 초기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평소 가지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나무」를 통해 드러난 다음, 그 아이디어를 다듬어 이후의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편이 적합할 것이다. 그 예로 '황혼의 반란'에서 보여준 노인에 대한 시각은 「신」의 주인공 미카엘 팽송이 자기 부족의 선지자로 노인을 선택하며 다시금 언급되었고, '어린 신들의 학교'와 '수의 신비'는 「신」의 중심 소재인 신 후보생과 수비학을 다룬다. 인류를 관찰하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냄새'나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는 희곡 「인간」을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이렇듯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은 저자의 다른 소설의 모태가 되는데, 이는 같은 작가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도 유사한 특징이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나무」는 그 자체가 문학성을 가진 작품으로서의 가치 또한 높아 다른 작품과 연관짓지 않고 독립적인 작품으로 읽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인다. 다른 작품을 읽는 데에 「나무」를 참고한다면 몰라도, 먼저 쓰인 「나무」를 다른 작품을 토대로 해석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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