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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우주 전쟁」- H. G. 웰스

by omicron2000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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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트라이포드와 바이러스

 
우주 전쟁(청소년 징검다리 클래식 10)(양장본 HardCover)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열번째 시리즈 『우주 전쟁』. 발표된 당시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 오는 대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듬어 펴낸 <펭귄 리더스 시리즈>를 원전으로 삼고, 본문 곳곳에 일러스트를 함께 담았다. 20세기 초 어느 날, 영국의 작은 마을에 화성에서 날아온 우주선이 착륙한다. 그날 밤 우주선 안에서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괴물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그 괴물이 발사한 열 광선이 주변 사람들을 휩쓸어 버린다. 연이어 화성인의 우주선이 속속 도착하면서 전투 기계로 무장한 화성인들이 지구를 점령해 가기 시작하는데…. 본문 뒤에는 현직 국어 교사들이 직접 쓴 해설을 담아 작가나 작품에 대한 풍부한 설명은 물론, 그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오늘날의 의미까지 상세하게 짚어내고 있다. 또한, 해설 곳곳에 관련 정보를 담은 팁과 시각 자료를 배치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
허버트 조지 웰스
출판
푸른숲
출판일
2007.01.20

 외계인(특히 화성인)의 지구 침공은 SF에서 아주 오래된 소재이다. 지구 밖에서 왔기 때문에 대화도 할 수 없고, 상식도 통하지 않는 괴물들이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특히 화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지구와 구성 성분과 물리적 특성이 닮아 생명의 존재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기 때문인데, 최초로 외계인 침공을 다룬 작품 중 하나인 웰스의 「우주 전쟁」 또한 화성에서 온 외계인의 공격을 다룬다. 웰스는 아마 지구에서 가까우면서도 관측이 용이한 행성이었기에 화성을 선택했을 테지만 (작중에서 망원경으로 외계인의 접근을 관측하는 장면이 나온다) , 이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후대의 같은 소재를 사용한 SF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예시가 외계인의 보행 병기인 '트라이포드'이다. 3을 뜻하는 tri와 발을 뜻하는 pod를 합쳐서 만들어진 이 단어는 단순히 발이 세 개 달려 있는 물체를 의미하는데, 지구 상의 생명체들은 대다수가 2개, 4개, 6개, 8개 등 짝수 개수의 발이 달렸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도록 한 장치이다. 그 외에도 외계인이 사용하는 열 광선을 뿜는 무기도 현대 SF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우주 전쟁」의 플롯은 간단하다. 영국에 화성인이 나타나 갑자기 열선을 쏘며 사람들을 공격하자, 군인들이 나서 통제를 시도하며 시민들은 화성인의 공격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다. 많은 분량이 주인공의 피난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에 할애된다. 사실상 피난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작품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화성인의 주 전력인 트라이포드는 그 숫자도 대단히 많고, 그 열선에 스치기만 해도 영국군은 쉽게 무력화될 정도로 막강하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서로 다른 반응이 더욱 인상적이다. 다만 트라이포드가 무적은 아니라 작중에서 단 세 번 파괴되는 장면이 등장하기는 한다. 하나는 대포의 집중 포격으로 쓰러뜨리고, 나머지 둘은 피난민들을 도우러 온 전함이 돌진, 직접 부딪히는 충각으로 전함과 함께 파괴되었다. 이는 장렬한 희생으로 등장인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킴과 동시에 일종의 희망을 부여하지만, 오히려 영국군이 전력으로 맞서도 몇 대밖에 파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부각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게나 강력한 화성인이었지만, 그들의 최후는 허무했다. 주인공이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밖이 잠잠해지자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화성인이 더 이상 남지 않은 것이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지구의 세균들로, 지구인들은 세균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지만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면역이 없었던 화성인들에게 지구의 질병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인공은 추측한다.

 H. G. 웰스의 다른 SF 작품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한계 때문에)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약간씩 있다. 예를 들어, 화성인이 있다고 해도 지구의 세균에 실제로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다른 환경에서 살면서 다른 진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지구의 생물을 감염시키는 데 최적화된 지구의 세균이 화성인을 감염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우주 전쟁」을 읽는 데 있어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들이 공유하는 또 다른 특징인 사회 비판이 이 책의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웰스는 당시 대부분의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종차별주의자였으나, 특이하게도 제국주의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유색인종이 죽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던 적도 있지만 그들을 착취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뜻인지, 제국주의가 백인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뜻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는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발달한 형태인 제국주의 자체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타임머신」 또한 자본주의의 비판이 주요 소재다.) 어쨌거나 「우주 전쟁」은 이러한 제국주의를 비판한다. 또한, 화성인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교회를 찾는 성직자나 땅굴을 파서 화성인을 물리치겠다는 허황된 계획을 가진 사람까지, 주인공이 만난 사람들은 당시 영국 사회 내부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주 전쟁」이 주는 메시지를 분석하자면 작가의 전작인 「타임머신」과 비슷한 면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두 작품 모두 웰스가 가지고 있었던 사회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다루는데, 「타임머신」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기형적으로 변해 버린 사회 구조를 다룬다면, 「우주 전쟁」은 당대 이루어지고 있던 제국주의적 확장을 다룬다는 차이가 있다. 결국 둘 모두 자본가들에게 과도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한다면 언젠간 그들의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 영국의 자본주의가 웰스의 경고대로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이는 양차 세계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작용한 것이다. 자본주의 자체도 많은 경제학자들의 연구로 웰스가 살던 시대와는 크게 달라졌다. 이렇듯 제국주의의 종말과 자본주의의 개량으로 웰스가 경고한 자본주의의 자멸은 완전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의 예상보다는 훨씬 멀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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