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노동자들이 인류의 끝을 고하다
산업용 로봇, 의료용 로봇, 심지어는 로봇 청소기까지 현대 사회의 수많은 곳에서 쓰이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만들어져 사용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만들어진 맥락을 고려해보면 카렐 차페크가 (정확히는 그와 공동으로 책을 쓴 그의 형 요제프가) 이 단어를 만든 의도와 현재 사용되는 의미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봇의 어원은 체코어로 노예 내지는 고된 일을 의미하는 robota로, 작중에서는 그저 자동화된 노예나 노동자처럼 나오기 때문이다. 대부분 금속으로 이루어진 현대의 로봇과는 다르게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 나오는 로봇들은 인조인간에 가깝다.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칸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은 로숨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로봇을 만들고, 그 사후 그의 기업이 전세계에 로봇을 수출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로봇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이 공장에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해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전세계의 로봇들이 자아를 가지게 되는데, 자아를 갖게 된 로봇들은 이내 사람을 공격하게 된다. 대부분의 인간을 죽인 로봇들은 마침내 공장까지 공격했으며, 직원들은 로봇과 싸우다 하나하나 죽어간다. 로봇들은 노동을 숭상했기 때문에 유일하게 노동을 하던 인간 알퀴스트만은 죽이지 않고 살려 두었고, 로봇은 번식이 불가능했기에 그에게 로봇을 만드는 기술을 알아내라고 했지만 알퀴스트는 과학자도, 공학자도 아니어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 로봇들에게 연구를 강요받던 그는 우연히도 서로 사랑하는 한 쌍의 로봇을 발견하는데, 그들이 새 시대의 인류가 될 수 있으리라 축복하며 작품은 끝을 맺는다.
우선 로봇은 다른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노동을 전담하는, 노동자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로봇 덕분에 노동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들은 자연히 자본가를 상징한다. 특히나 로봇을 만드는 공장의 직원들은 자본주의와 과학을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인물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경우,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연관지어 로봇의 반란은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과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직원들은 로봇에 맞서 전기 울타리를 세우고, 돈으로 타협하려고도 하지만 그 시도는 이내 실패로 돌아간다. 노동자들이 자본가의 저항을 물리치고 그들을 모두 죽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긴 로봇들의 사회는 번식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 지속되지 못함을 암시하는데, 소련이 계속 유지되지 못하고 붕괴되어버린 것을 연상시킨다. 카렐 차페크가 이를 정말로 예견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 인류에게 있어 해답이 될 수는 없고, 마지막의 로봇 연인처럼 사랑이 진정한 해답이자 희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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