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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3등급 슈퍼 영웅」- 찰스 유

by omicron2000 2020.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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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는 모름지기 날 수가 있어야지. 완벽할 필요는 없어.

 
3등급 슈퍼 영웅(New Face of Fiction 4)
현대 미국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찰스 유의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단편집 『3등급 슈퍼 영웅』. 세계 문학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New Face of Fiction」의 네 번째 책이다. 남다른 시각으로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찰스 유 스타일의 원형을 보여주는 이 단편집은 소통 불가능한 인간관계를 주제로 개인의 고독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등급 외 슈퍼 영웅의 고군분투, 자신의 결혼 생활을 물리학적으로 분석하는 물리학자의 실험, 47명만 남은 인류가 우주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미래의 세상 등 외롭고 슬프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표제작 <3등급 슈퍼 영웅>은 2004년 셔우드 앤더슨 소설상을 수상했다.
저자
찰스 유
출판
시공사
출판일
2012.02.06

 시민들을 돕고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히어로라는 개념은 현실에 실제로 있었던 적도 없고, 미국의 문화를 기반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등 다양한 영화 덕분에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죄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을 해치우는 그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대리만족을 경험하도록 해 주기에 처음 등장한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오랜 세월동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유지된만큼 슈퍼히어로 문화의 양상 또한 많이 달라져 1930년대에는 나치와 공산주의자에 맞서 싸웠으나 현재는 테러리스트와 부패한 정치인을 물리치며, 신화적 영웅으로만 슈퍼히어로를 묘사하던 초창기와는 다르게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시대가 지나며 변화하였다. 이렇게 슈퍼히어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중에는 슈퍼히어로 활동 자체를 합법화하여 그들의 속물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을 비추는 것이 있다. 이 책의 표제작인 <3등급 슈퍼 영웅>이 그런 경우 중 하나로, 슈퍼히어로 자격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3등급 슈퍼 영웅>은 초능력자가 실재하며, 이런 사람들이 시험을 통해 슈퍼히어로로 선발될 수 있는 근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공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이고 물줄기를 쏠 수 있는, 보잘것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예명 또한 저작권 문제로 인해 '습기맨'이 된 남자이다. 습기맨은 자신의 능력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역설하며 수 차례 슈퍼히어로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지만 능력의 한계에 부딪혀 번번이 떨어진다. 그는 어느 날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데, 모든 잘 나가는 슈퍼히어로들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뒷세계에서 일하는 자신의 친구를 통해 하늘을 나는 능력을 얻게 되고, 불법적인 행위로 능력을 얻었지만 이에 만족하며 이웃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내용으로 끝이 난다. 그는 강한 슈퍼히어로를 동경하고 본인도 그렇게 되고자 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이는 슈퍼히어로가 될 만큼 능력이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무능하지도 않은, 평범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꿈을 포기하고 불법적인 행위로 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그에게 완전한 행복을 주게 된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이 아닌, 하늘을 나는 것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는 우리 삶에 있어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준다.

 저자 찰스 유의 본업은 변호사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3등급 슈퍼 영웅」에 나오는 각각의 단편에는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유독 고뇌하거나 고독한 사람이 많다. 가족이나 사랑, 꿈 등 저마다의 이유로 방황하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SF 세계 속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플로렌스>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지 말지 고민하다 때를 놓쳐버리고, 오히려 자신을 좋아하던 상사의 메시지를 받게 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 메시지를 받은 시점에서 상사는 이미 죽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이유로 소통이 단절되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 정작 가까이 있음에도 소통하지 않는 현실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처럼 저자는 특별한 인간이 아닌, 평범한 가정과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세워 SF 세계의 우리 모습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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