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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찰스 유

by omicron2000 202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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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머신이 상용화된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NEW FACE OF FICTION 1)
어느 청년의 자아 찾기 시간 여행을 그린 범우주적 성장소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세계 문학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New Face of Fiction」의 첫 번째 책이다.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단편집 <3등급 슈퍼 영웅>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가 찰스 유가 이번에는 시간 여행이라는 흔한 소재를 통해 자아와 가족, 좌절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의 나'를 총으로 쏘게 된 타임머신 수리 기술자가 그 일이 반복되는 시공간상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아들 관계를 시간 여행과 연결시키며 한 가족의 풍경을 보여준다. 수학 공식이나 과학 용어에 일상적인 감정이 얽히며 우주적인 스케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찰스 유
출판
시공사
출판일
2011.04.25

 가장 좋아하는 SF 작가를 꼽으라면 쥘 베른이라고 할 것이지만, 별개로 읽을 때 가장 즐거운 작가를 대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찰스 유를 고를 것이다. 내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글을 재미있게 쓸 줄 알며, 또 가볍게 쓰는 것에 뛰어나기 때문이다. SF라는 장르는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지만 가상의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사회 비판을 위한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꼭 디스토피아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정체성이나 사회 문제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찰스 유의 작품은 무겁지 않다. 그의 작품이 다루는 주제가 딱히 가벼운 것이 아님에도 기존 SF 작품에 대한 패러디나 특유의 긱(geek)스러운 분위기를 통해 밝은 작품을 쓰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의 책을 읽는 것은 늘 즐겁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저자가 한 명의 SF 팬으로서 타임 머신이 실제로 존재하며, 상용화된 세상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타임 머신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 머신」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으로, 시간을 넘어서 이동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말한다. 과거나 미래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SF 작품에서 사용된 개념이지만, 보통은 거의 유일하거나 특별한 물건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타임 머신이 전혀 특별하지 않다. 주인공의 직업은 심지어 타임 머신 수리공일 정도니 이 세계에서 이것이 얼마나 흔한 기계인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 방법도 다양해 주인공의 어머니는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반복해서 느끼고 있으며,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 번 지켜보고 싶은 사람들이 감상용으로도 이용한다. 설정상 이 작품의 타임 머신은 과거로 간다기보단 과거의 모습을 비춰주는 창에 가까운 개념인지라 사용자가 과거에 개입하려 하면 고장이 나는데, 주인공은 이렇게 고장난 타임머신의 시간대로 찾아가 고치는 일을 한다. 타임 머신에 관한 이런 설정을 보며 저자가 다른 작품에 나오는 타임 머신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SF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타 작품에서 사용한 설정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도 그만의 고유한 개성이 있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타임 머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된다면?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었고, 주인공의 가정사는 밝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중간중간에 곁들이는 유머를 통해 무거운 분위기를 어느 정도 환기시키는 데 성공했다. 타임 머신이라는 주제를 활용한 만큼 결말 부분은 무겁고 진지하게 마무리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마무리하며 웅장해 보이기까지 하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SF 장르에 애정이 있다는 점이 분명히 느껴지기에 여러 가지 의미로 SF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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