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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인간」-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omicron2000 2020.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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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인류가 단 둘만 남는다면, 무엇이 그들을 인간이게 하는가?

 
인간(양장본 HardCover)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처음 시도한 희곡『인간』. 희곡의 일반적인 형식을 따르지 않는, 소설과 희곡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외계인에 의해 납치되어 우주 어느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힌 인류 최후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벌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란 과연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 존재인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투명한 유리벽에 갇혀 있는 한 남자 라울. 그는 거기서 벗어나려고 애쓰다가 한 여자 사만타를 만난다. 서로를 경계하며 짐승의 울부짖음을 주고받던 그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을 알게 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고민하던 그들은 긴 토론 끝에 자신들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우주 한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인류 최후의 한 남자와 한 여자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지만, 자신들의 상황에 서서히 지쳐 정체 모를 집단을 비난하기도 하고, 자멸하려고도 하고, 종교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결국엔 인류의 '번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데…. [양장본]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09.08.15

 「인간」은 사람이 애완동물을 기르듯, 누군가가 인간을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상상에서 시작한 소설이다. 낯선 곳에서 깨어나 어떤 공간에 갇히게 된 두 남녀가 자신들이 갇힌 장소의 진실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으로, 책의 분량 자체가 적은만큼 내용도 간단하고 읽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 대개 수 권에 달하는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확실히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등장인물도 단 둘뿐이기에 소설이 아니라 간단한 연극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며, 따라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두 주인공들은 누군가에게 '애완동물'로서 취급받게 되고, 우연찮게도 둘 모두 동물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한 명은 기업에서 동물 실험을 하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동물을 조련하는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갇히게 된 것이 동물을 해한 것에 대해 벌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이 애완동물을 가두어 놓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듯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그와 같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절망하나, 이내 관찰자의 강제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의지로 사랑을 나누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을 가둔 관찰자의 모습을 개구리로 묘사하여 사람이 동물을 키우는 상황을 정반대로 뒤바꾸었고, 이는 독자로 하여금 애완동물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되돌아보도록 한다. 하지만 작품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주제는 단순한 동물에 대한 관점보다는 제목과 같은 '인간'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들은 최후의 인간이 되었고, 더 이상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던 기술도, 문명도 없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인간으로서 남기 때문이다. 관찰자는 짝짓기를 시키기 위해 주인공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하고 먹이도 주었지만 그들은 외부의 강제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동물을 다루고 해치는 것에서 나오지 않고 인간과의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말로 사람과 사랑의 발음이 비슷한 것도 이와 마찬가지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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