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인류가 단 둘만 남는다면, 무엇이 그들을 인간이게 하는가?
「인간」은 사람이 애완동물을 기르듯, 누군가가 인간을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상상에서 시작한 소설이다. 낯선 곳에서 깨어나 어떤 공간에 갇히게 된 두 남녀가 자신들이 갇힌 장소의 진실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으로, 책의 분량 자체가 적은만큼 내용도 간단하고 읽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 대개 수 권에 달하는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확실히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등장인물도 단 둘뿐이기에 소설이 아니라 간단한 연극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며, 따라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두 주인공들은 누군가에게 '애완동물'로서 취급받게 되고, 우연찮게도 둘 모두 동물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한 명은 기업에서 동물 실험을 하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동물을 조련하는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갇히게 된 것이 동물을 해한 것에 대해 벌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이 애완동물을 가두어 놓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듯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그와 같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절망하나, 이내 관찰자의 강제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의지로 사랑을 나누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을 가둔 관찰자의 모습을 개구리로 묘사하여 사람이 동물을 키우는 상황을 정반대로 뒤바꾸었고, 이는 독자로 하여금 애완동물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되돌아보도록 한다. 하지만 작품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주제는 단순한 동물에 대한 관점보다는 제목과 같은 '인간'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들은 최후의 인간이 되었고, 더 이상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던 기술도, 문명도 없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인간으로서 남기 때문이다. 관찰자는 짝짓기를 시키기 위해 주인공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하고 먹이도 주었지만 그들은 외부의 강제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동물을 다루고 해치는 것에서 나오지 않고 인간과의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말로 사람과 사랑의 발음이 비슷한 것도 이와 마찬가지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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