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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by omicron2000 2020.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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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말하면 소원을 들어주지만,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아자젤(Azazel)(양장본 HardCover)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가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이끌어 가는 18편의 단편 모음집 『아자젤』. 살아생전 480여 권의 책을 낸 기념비적인 다작가였던 저자는 21권의 단편집을 펴냈는데, 이번 책은 1980년부터 잡지에 연재한 총 29편의 단편 중 18편의 단편을 모아 1988년 펴낸 18번째 작품집이다. 저자를 대표하는 SF 소설이 아닌, 그저 악마가 등장하는 판타지이다. 저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타락 천사 ‘아자젤’을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와, 소원을 들어주는 2센티미터짜리 악마로 재창조했다. 아자젤을 우리 세계로 불러들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조지 비터넛은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아이작 아시모프 자신, 즉 ‘나’에게 아자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시모프와 조지가 만나 아자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액자식 이야기 구조로 조지와 아자젤의 사건이 소개되다가, 마지막에는 조지가 아시모프에게 이야기의 소외를 남기는 식의 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독설과 풍자로 빚어낸 이야기들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10년 넘는 세월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15.03.05

 병 속에 악마가 하나 갇혀있고, 이 악마가 자신을 탈출시켜주는 것을 조건으로 인간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상당히 유명한 소재이다. 우리나라의 호리병 속 도깨비 설화,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램프의 요정 지니 등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구속된 강력한 존재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체적인 틀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유명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 고전적인 소재에 과학적인 시각을 곁들여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아자젤은 여러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단편은 아자젤의 친구(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조지와 작가(아시모프 본인)가 대화하며, 조지가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을 가진다. 원래 아시모프가 정기연재하던 단편들을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기에 각 단편은 상당히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각 단편은 식당(혹은 술집)에서 작가가 조지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조지는 자신이 아자젤의 힘을 빌려 지인을 도운 일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시작한다. 조지의 이야기들은 모두 유사한 형식을 가지는데, 조지의 지인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자 강력하고 이타적인 악마 아자젤의 힘을 빌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조지는 악인은 아니지만 욕심많고 속물적인 사람이기에 타인을 도우려는 목적은 자신의 안위나 부수적인 이익 등 매번 다르다. 하지만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결국에는 각 이야기의 결말이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저자가 저명한 SF 작가인만큼 아자젤의 마법적 능력에는 어느 정도의 물리법칙을 위배할 수 없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마법적 힘에 과학적 제약이 있는 것은 SF 작가 아서 C. 클라크의 과학 3법칙 중 하나인 '충분히 발전한 과학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을 연상시킨다) 예를 들면 등가교환의 법칙이 있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지, 무에서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식이다. 이렇게 아자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결국 도움을 받았던 사람은 결과가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자 더욱 괴로워하고, 아자젤이 이를 다시 없었던 일로 만들게 된다는 것이 각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소원을 빌었으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소원을 번복한다는 이야기는 전래동화나 설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식인데, 이 점에도 불구하고 아시모프는 고전적 진부함에서 벗어난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는 작가 자신의 분신과 속물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조지의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분명 조지가 들려주는 액자 안의 이야기이지만 이 부분의 형식은 다 비슷비슷해 후반부를 읽다 보면 지루한 감이 있는데, 조지와 작가의 대화 부분이 이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자젤은 일종의 간단한 교훈을 주는 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모두가 알고 있는 교훈이다. 그렇지 않고 편법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 할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부작용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아시모프는 이렇게 간단한 사실을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특히 아자젤이 소원을 원래대로 되돌린 후에 오히려 처음보다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과도한 것을 바라기보다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는 것도 좋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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