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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사이버리아드」- 스타니스와프 렘

by omicron2000 202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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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들의 우주에서 보여주는 인간들의 세상에 대한 블랙 코미디

 
사이버리아드(렘 걸작선)(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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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타니스와프 렘
출판
오멜라스
출판일
2008.07.25

 사람의 자리를 이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로봇들이 대신하고, 기술도 극단적으로 발전해 온갖 기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우주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사이버리아드는 이런 세상에서 두 명의 창조자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모험을 담은 책이다. 일반적으로 SF라고 하면 아이작 아시모프나 필립 K. 딕 등 영미권의 유명 작가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 책의 저자인 스타니스와프 렘은 폴란드의 작가이다. 솔라리스의 저자로도 유명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나치 치하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였고, 이후 소련의 스탈린주의와 폴란드의 계엄령 등 불합리한 정치체제를 많이 겪었다. 따라서 이 책은 동구권 작가 특유의, 영미권 SF와는 다른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미국의 SF 작가들은 급격한 경제 발전에서 오는 물질주의와 인간의 정체성 등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데 주력했다면, 동구권의 SF의 경우 소련의 지배로 인해 불합리한 체제와 독재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렘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그는 SF 작가 중에서도 특히 사회비판을 중요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도 그러한 요소가 많이 녹아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이버리아드는 하나의 이야기로 된 책이 아니고, 여러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서 만든 일종의 연작소설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창조자, 트루를과 클라포시우스가 어떠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시작한다. 한 행성의 왕에게 로봇 제작 의뢰를 받기도 하고, 전쟁 중인 행성을 지나가기도 하며, 신기한 기계장치를 만들어 서로를 골탕먹이기도 하는데, 이러면서 그들이 만나는 로봇들은 마치 현실, 특히 렘이 살았던 시대의 사람들을 그대로 가져온 듯하다. 무능한 정치인, 난폭한 독재자, 전쟁광들과 허영심 많은 학자 등 이 로봇들은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 사람을 닮았다. 렘은 실제 세계를 로봇들의 우주에 투영시키고 트루를과 클라포시우스의 입을 빌려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사회비판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으로는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 사이버리아드는 SF 코미디로서, 이 모든 사건은 분명 당시 렘이 겪은 사회의 어두운 면이지만 유쾌한 주인공들이 결국에는 익살스럽게 해결해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렘은 단순히 풍자와 언어유희의 대가이기도 하기에 사이버리아드는 비판적 요소를 배제해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특히 단편 중 하나는 '어떤 조건으로도 시를 쓸 수 있는 기계'를 통해 언어유희를 극한으로 끌어냈다고 할 정도의 문장을 보여준다. 물론 유머가 중요하다 해서 본래의 목적인 사회비판의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판이 웃음이라는 형태로 나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기억에 남도록 할 수가 있기에 비판과 유머는 서로 공생하는 관계에 가깝다. 이렇게 웃지 못할 불합리한 체제와 웃음이 나오는 언어유희를 동시에 가진 사이버리아드는 역설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가 있다. 우스꽝스러운 로봇들은 부정적인 사회의 면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사람과는 달리 순박한 모습을 보이며, 극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이 있음에도 왕국을 세우고 전제군주정으로 다스리는 등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들 또한 대단히 금을 밝히고 욕심이 많지만 전쟁 중인 행성이나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보면 돕고자 하고, 때로는 순수한 연구를 즐기기도 하는 등 모두가 입체적이고 이중적으로 묘사되어 정말 사회 비판을 목적으로 쓴 것인가 싶은 이야기도 있다. 이를 종합하자면 사이버리아드는 단순히 사회 비판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재밌는 슬랩스틱 코미디로도 읽히고, 누군가에게는 철학적 고찰이 담긴 책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어 풍자한 책으로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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