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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C. 클라크

by omicron2000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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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AI와 모노리스, 인류 진화의 종착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만나는 완전판 「스페이스 오디세이」!인류 진화에 대한 통찰과 우주를 향한 무한한 상상력이 담긴 아서 C. 클라크의 대표작인 「스페이스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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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아서 C. 클라크의 단편을 바탕으로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동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다시 소설로 옮겨 쓴 작품이다. 영화와 소설 간 묘사에 제법 차이가 있지만, 영화에도 아서 C. 클라크가 참여했으며, 소설을 쓰는 데에도 스탠리 큐브릭이 도움을 주었다고 하니 실질적으로 영화와 소설 모두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고 할 수 있다. 보먼이 도착한 장소가 목성인지 토성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둘 모두가 맞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워낙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작품이다보니 소설과 영화의 차이 또한 해석의 차이 정도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인류가 모노리스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모노리스란 각 변의 길이가 1:4:9인 직육면체 형태의 검은 물체로, 지구의 기술력으로는 만들거나 파괴할 수 없는 물질로 되어 있어 외계의 지적 존재가 만들었다고 추청된다. 하나는 지구에, 하나는 달에 존재하는데, 달에 진출한 인류가 모노리스를 연구하던 중 토성을 향하는 신호가 감지되어 세 번째 모노리스가 토성에 있다 판단, 이를 조사하기 위해 탐사선을 보낸다. 탐사선에는 데이비드 보먼과 프랭크 풀, 그리고 냉동 수면 상태로 있는 우주비행사들이 타고 있으며, 이들을 보좌할 최첨단 인공지능 HAL9000이 탑재된 상태이다. 큰 기대를 받고 출발한 탐사선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 HAL9000이 오작동을 일으켜 우주비행사들을 죽이려 한 것이다. 프랭크와 동면된 우주비행사들은 HAL9000에 의해 우주선 밖으로 내보내져 사망하고, 데이비드 보먼만이 유일하게 남아 HAL9000의 기능을 정지시킨다. 홀로 우주선을 조종하게 된 그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며, 모노리스에 흡수되며 결말이 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여러모로 복잡한 작품이다. 언뜻 보면 단순히 우주를 탐사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난해하다. 그 예로 HAL9000과 데이비드 보먼을 비교해보자. 데이비드 보먼은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정말로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을 고려한다 해도 일반적 소설의 주인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토성으로 가서 모노리스를 확인한다는 의무감으로 가득 찬 로봇과도 같다. 반면에 진짜 컴퓨터인 HAL9000은 어떤가? 이미 영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된 그는 지금까지 묘사된 어떤 AI보다도 발전했다.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 농담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데이비드 보먼이 자신을 정지하려 할 때에는 두려움마저 보인다. 보먼이 HAL9000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떨지 않았는데, 한낱 인공지능인 그가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프랭크 풀이나 다른 우주비행사들, 달의 연구원들은 조연일 뿐이기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핵심은 이 대립되는 두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니체의 위버멘쉬에 대한 내용이라고도 하고, 불교의 무아를 인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해석의 공통점은 각각의 모노리스가 인류의 진화를 촉발시키며, 마지막 모노리스와 하나가 된 보먼은 그것이 위버멘쉬든, 깨달음을 얻은 부처든 어떤 초월적인 경지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다른 작품 「유년기의 끝」의 오버마인드가 그렇듯, 인류가 육체나 물질을 초월한 존재로 진화하는 것은 아서 C. 클라크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묘사이기에 나는 여기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모노리스가 아니라 보먼과 HAL9000이다.

 우선 HAL9000은 인공지능이라는 점에서 시작한다. 인공지능이란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낸 두뇌와도 같기에 그가 인간을 닮는 것은 당연하다. 노래하고 농담하는 것은 인공지능치고 인간을 너무 닮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핵심은 HAL9000의 모습이 현재 인간의 모습을 반영했기에 인간다운 감정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그는 지금까지의 인류, 인간의 현재와 과거를 상징한다. 반면 보먼은 그와 정반대의 존재다. 인간이지만 인간답지 않고, 기계보다 기계답다. 그런 그가 모노리스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기계인 HAL9000을 정지시킨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인공지능이라는 HAL9000의 특성상 그의 본질은 인간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의 안락을 위해 만든 HAL9000이 오히려 인간을 죽이려 하자, 보먼이 그를 물리치고 극복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거의 극복에 성공해낸 보먼만이 모노리스를 지나며 다음 단계로 승천한 것이다. 이 해석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진화의 모든 단계에는 과거를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원숭이가 인간이 되며 털을 버리고, 보먼이 감정을 버린 것처럼 말이다. 인류의 기술력이 집약된 HAL9000은 정작 인류가 모노리스에 도착해 진화하는 것을 막는 장애물일 뿐이었으며, 마치 인류의 과거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것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이럴 때에는 과감하게 과거를 버려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새까만 모노리스처럼 미래에 어떤 존재가 될지 볼 수 없다 하더라도,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버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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