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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릴러

「나무」- 잭익스피어

by omicron2000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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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나무

 

나무

잭익스피어 단편 09 <나무>푸르고 건장한 나무, 커플들은 이 나무에 사랑의 언약을 새기면 사랑이 영원하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든다.하지만 나무는 자신의 몸에 언약을 새기는 대가로 1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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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무는 마을의 명물이었다.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할 때에도 언제나 푸르름을 유지하는 이 기이한 나무는 그 때문인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해준다는 전설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소문을 듣고 한 커플이 찾아왔다. 이들은 자신들의 영원한 사랑의 서약을 위해 나무에 칼집을 새기고자 했다. 당연히도 나무는 이를 거부했으나, 그들의 끈질긴 요구에 반지를 조건으로 이를 허락한다. 그들이 끼고 있던 반지를 나무 아래에 묻어 놓은 다음 일 년 뒤에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반지를 묻고 만족스럽게 돌아간 연인들이었으나, 일 년도 되지 않아 남자가 돌아온다. 그는 둘이 헤어졌으며, 전설과 다르게 사랑이 깨졌으니 전에 묻은 반지를 돌려받으러 왔다고 말한다. 불로 나무를 협박한 그는 삽을 들어 땅을 파내려 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나무가 왜 그토록 건강했는지 발견하게 된다. 몇 페이지 되지도 않을 만큼 짧은 소설이라 결말을 완전히 밝히지는 않았는데, 이정도의 줄거리만 읽었다 해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일종의 짧고 강렬한 스릴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말의 반전이 특별히 충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짧은 이야기 내에서 필요한 모든 부분이 설명되기에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니는, 깔끔한 결말을 가진다. 두 연인이 맞이하는 결말은 자신들이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대가이므로 인과응보적인 해석도 가능하며, 영원한 사랑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 자체는 특별한 것 없이 평이한 수준이기에 나는 작품 자체에 대한 내용보다는 이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 더 흥미가 생겼다.

 책에 적힌 인스타그램 주소(www.instagram.com/jackespeare_film/)를 찾아가보니, 이와 같은 단편을 여럿 써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출판사 잭익스피어 필름은 출판사이자 영화사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첨부된 링크는 영화사라는 것을 확실히 하려는 듯, <추운 남자>라는 제목의, 5분 남짓한 단편영화로 연결되어 있었다. (www.youtube.com/channel/UCtWxXi2w-vl7nasVsDMJh0A) 말이 좋아 5분이지, 스텝롤을 제외하면 사실상 3분 정도밖에 하지 않는 분량이다. 책은 여러 권이 있었으나, 영화는 이 하나밖에 찾을 수 없었다. 이 책처럼 그의 작품 대부분이 짧은 분량 때문에 e-book으로 출판된 상태였는데, 조사해보니 출판된 도서도 몇 권 찾을 수 있었다. yes24의 해당 도서 정보를 찾아본 결과, 저자는 1989년 2월 15일 생으로 보이며, 집필을 시작한 것, 혹은 적어도 출판을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고 추정된다. 거기에 더해 출판사 잭익스피어 필름은 잭익스피어 말고도 다른 저자의 작품도 출판한 적이 있다. 단, 이 출판사의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이것이 잭익스피어의 다른 필명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신비주의를 표방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지도가 낮은 독립출판이라 알려지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상의 정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yes24에서 그의 책을 찾으면 어떤 것은 한국소설, 어떤 것은 영미소설로 구분되어 있을 정도이다. (단편영화의 배경도 한국이고, 따로 변역자도 없는데다가 유튜브 채널의 설명 등을 보아 한국인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의 정보만으로도 상당히 특이한 인물이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우선 저자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나 유튜브 구독자 모두 많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영화야 제작 비용이나 배우, 장소 문제로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보니 하나만 있는 것으로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집필 활동은 왕성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물론 소설의 분량이 짧으니 시간도 적게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소설이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함에도 집필 의지가 꺾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만큼은 인상적이다. (아니면 단순히 내 생각보다 소설이 잘 팔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영화 <추운 남자>의 경우에는 분량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대단히 실험적인 작품이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소설이 특별히 실험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으나, 아직 그의 책을 한 권밖에 읽지 않았으니 속단할 수는 없다. 그의 집필 활동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앞으로의 활동을 지켜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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