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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릴러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시자와 요

by omicron2000 202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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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듯, 괴담 또한 그럴 만한 사람에게 찾아온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드는 여섯 편의 괴담,깊은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던 단 하나의 실체!인간의 감정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뛰어난 현장감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 아시자와 요의 소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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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담이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말한다. 한밤중 도로가에 귀신이 나타난다거나, 밤마다 흉기를 든 괴한이 돌아다닌다거나, 건드리지도 않은 인형이 혼자서 움직였다는 등 누구나 어디선가 들어본 괴담이 몇 개는 있을 것이다. 물론 요즘 이런 괴담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뿐더러 관심 가지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괴담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TV에서도 <기묘한 이야기>처럼 괴담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자주 방영되며, 괴담을 소재로 한 영화도 꾸준히 만들어지는 식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은 이런 일본 특유의 문화를 적용해서 괴담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공포 소설이다. 그 때문에 다른 공포 소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특이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은 여러 단편들이 액자식으로 담겨 있는 책이다. 기본적으로는 단편 공포 소설 여러 편이 있지만 이 모두를 포함하는 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그 화자는 다름 아닌 이 책의 저자, 아시자와 요이다. 말하자면 '저자 본인이 겪은 공포스러운 이야기'라는 설정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모큐멘터리)인 셈이다. 그 때문에 작품 속 주인공의 직업도 공포 소설 작가이며, 실제로 있는 출판사와 저자가 실제로 받은 이메일이 작품에 등장하여 사실감을 더한다. 이런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은 원래 공포 영화에서 즐겨 사용하던 기법으로,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이 작품은 그 형식을 소설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느껴진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은 미스터리 작가가 주변인들로부터 소설의 소재를 제공받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주변인들이 자신이(혹은 자신의 지인이) 겪은 무서운 일이라면서 해 주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각각의 이야기도 하나의 괴담으로서 손색이 없지만, 이 책의 진정한 특징은 액자 밖의 이야기 또한 하나의 괴담이라는 점이다. 「악몽」편에서 영매사 진나이 씨는 '혼령과 연을 맺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무람없이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한다. 귀신이나 심령 현상과 관련 없는 사람이라도 함부로 그것들을 말하거나 가까이하면 점점 다가와 연이 생긴다는 것이다. 해당 편에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그 말대로라면 괴담으로 소설을 몇 편이나 낸 작가가 괴담의 다음 대상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하며 책은 꺼림칙하게 끝이 난다. 독자는 작가가 소설을 쓴 뒤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니 이것도 어찌 보면 영화의 파운드 푸티지 기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형식 면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품이나 그 기반이 괴담인 탓인지 아쉬운 점이 다소 있었다. 대표적으로 등장인물들이 괴담을 설명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물론 상당수의 괴담은 현실적인 이유가 기반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의 자유로 귀신만 해도 해당 지역에 안개가 자주 끼고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그런 괴담이 생겼다고 추측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 괴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른 비현실적인 요소를 끌어들인다면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본질적으로 괴담이기 때문에 귀신이나 혼령이 언급되는 것 정도는 그러려니 할 수 있었으나 괴담을 분석한답시고 '사실 그 사람이 미래를 볼 수 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은 괴담을 정말 이성적으로 분석하려 한 것이 맞는지 의심되기까지 한다. 다행히도 해당 편을 제외하고는 크게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내용보다는 참신한 형식 쪽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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