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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순수문학

「애린 왕자」- 생텍쥐페리

by omicron2000 2021.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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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밀은 이기다. 아주 간단테이. 맘으로 바야 잘 빈다카는 거."

 

애린 왕자

어린왕자를 색다르게 읽는 방법"중요한 기는 눈에 비지 않는다카이"사투리로 재해석한 『애린 왕자』는 언어 실험의 일환으로 세월에 엷어지는 동심을 소환하는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다.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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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전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 그리고 어른들에게 있어 특별한 책일 것이다. 한컴타자연습에서 자주 보던 작품이기도 하고, 교과서를 통해서든 책을 읽었든 누구나 한 번은 접해보았을 법한 책이기도 하니 말이다. 「어린 왕자」가 이렇게나 널리 읽히고 인지도가 높은 것은 어린 왕자라는 인상적인 캐릭터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동심이라는 소재, 그리고 모든 문장이 명대사나 다름없을 정도로 탁월한 생텍쥐페리의 문장력 덕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인기에 힘입어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본들이 출판되었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어린 왕자」를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하였다. '갱상도'라고 떡하니 적힌 표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정확히는 포항 방언으로, 여우를 미구로 부르는 등 단어가 많이 달라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본 작품이니 경상도 출신이 아니라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경상도 출신이라도 모든 지역의 방언이 같지는 않으니 제법 어색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어린 왕자」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았을 테니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여기에서는 「애린 왕자」 번역본만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방언으로 번역했다는 것부터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방언은 특정 지역의 사람들만이 쓰는, 보편적이지 못한 말이지만 「어린 왕자」는 기본적으로 동심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의 고향인 프랑스의 아이들은 물론, 서울의 아이들과 '갱상도'의 아이들도 모두 같은 동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린 왕자」는 진정으로 시간과 지역을 초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투리로 번역한다 하더라도 원작을 전혀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순수하고 천진한 어린 왕자라는 캐릭터를 더 잘 살리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저기······ 양 한 마리만 기레도."
"뭐라카노."
"양 한 마리만 기레달라켔는데"


하지만 이 「어린 왕자」에는 단순히 방언으로 번역했다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애린 왕자」는 100여 가지의 언어로 「어린 왕자」를 번역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한 가지 버전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127가지 다른 언어로 「어린 왕자」를 번역하였고, 그중 상당수가 현대 사용되는 일반적인 언어와는 매우 거리가 먼 언어라는 특징이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예시만 들어도 아람어, 고대·중세 영어, 마야어, 하와이어, 이집트 상형문자와 룬 문자, 모스 부호, 심지어는 <스타 워즈>의 '은하계 표준어'(아우라베쉬)까지 있다. 고대에 사멸한 언어도 많고, 아직 남아 있지만 사멸 위기인 언어도 있는데, 경상도 사투리도 점차 사용 인구가 줄어 가고 있으니 비슷한 맥락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잊히고 있는 언어인 셈이다. 이런 언어로 「어린 왕자」를 번역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동심은 보편적인 것이니, 「어린 왕자」를 읽을 기회도 없었던 고대 이집트의 아이들이나 바이킹 아이들조차 우리와 같은 동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먼 미래에 다른 행성의 아이들이 아우라베쉬로 적힌 「어린 왕자」를 읽을지도. 결론적으로「애린 왕자」는 과거와 미래의 모든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책의 한 조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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