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 모하마드 토마스의 인도를 담은 삶
- 저자
- 비카스 스와루프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07.12.24
인도는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대단히 복잡한 나라다. 주인공의 이름만 보아도 그렇다. 람은 힌두교 신의 이름, 모하마드는 이슬람교 선지자의 이름, 그리고 토마스는 기독교 성인의 이름이다. 인도는 힌두교의 발상지이자 과거 이슬람교가 전래되어 상당수의 무슬림이 사는 곳이고, 영국의 식민지배를 거치며 기독교까지 유입되었기에 여러 종교가 섞여 있는데, 세 종교가 싸우지 않도록 타협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종교뿐만이 아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빈부격차 문제, 아이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범죄 조직 등 인도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며, 슬럼가에서 자란 청년 람이 퀴즈쇼에서 우승하는 과정을 그린다.
람은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를 맞히며 우승했지만, 방송사는 그 상금을 지불할 여력이 되지 못했기에 가난하게 자란 람이 정답을 알고 있을 리 없다며 부정행위로 그를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서에 잡혀간 람은 고문을 받는데, 스미타라는 이름의 변호사가 그를 돕겠다며 찾아온다. 람이 퀴즈쇼에서 맞힌 문제는 쉬운 문제가 아니었고, 정규교육을 받지도 못한 그가 이 문제들을 풀 수 없었을 것이라 짐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그는 스미타에게 자신이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과정을 설명해 준다. 이 모든 문제의 정답이 그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람이 스미타와 대화하는 현재 시점, 퀴즈쇼에서 문제를 풀던 시점, 그리고 해당 문제의 힌트가 된 경험을 겪은 시점이 반복적으로 서술되며 긴장감있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는 두 가지 주목할만한 점이 있다. 그중 첫째는 람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이다. 그는 집도 돈도 없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여러 곳을 전전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명 배우, 군인, 살인청부업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난다. 우선 이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람이 퀴즈를 맞힐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중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작품의 주제를 고려해보면 짤막하게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 중요성이 크다. 이 책의 주제는 인도의 여러 면, 그 중에서도 슬럼에서 자란 람이 바라본 어두운 면들을 의미하는데, 람이 만났던 이들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어두운 이면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로 평면적인 인물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밝고 평범해 보이는 사회도 내면에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보이려는 듯하다. 거기에 더해 변호사 스미타와 퀴즈쇼의 사회자 프램 쿠마르 또한 람이 과거에 만난 적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람이 여러 사람과 만나며 맺은 인연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된다.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람이 가진 행운의 동전이다. 그가 어릴 때 우연히 구해서 작품이 끝날 때까지 곤란한 상황이 있을 때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던지기 때문에 이런 이름으로 불린다. 묘사를 보면 마치 미래를 보기라도 하는 듯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행동을 제시하는데, 여기에도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이 있다. 행운의 동전은 사실 양면이 똑같이 생긴 동전이었다. 람은 결정에 확신이 없을 때마다 동전을 던졌고, 동전이 한 일은 올바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확신을 더해줄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확신에 따라 살다가 억만장자가 되었으니,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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