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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철학

「마광수의 뇌구조」- 마광수

by omicron2000 2021.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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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처럼 되라는 것이 아니다. 나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마광수의 뇌구조

노골적인 마광수식 철학을 만나다!마교수의 위험한 철학수업『마광수의 뇌구조』. 마광수식 생각의 모음을 담은 책으로 총 8장으로 구성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명예, 돈, 권력 등 우리가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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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광수 교수는 시인이자 소설가, 수필가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사라 사건의 당사자로 유명할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연구를 하며 연세대학교의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된 그는 외설적인, 혹은 감각적인 내용의 글을 많이 썼는데, 그 중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이유에서 출판 금지 처분을 받았던 것이다. 이 일로 그는 교수직에서 해임되었고, 「즐거운 사라」는 아직까지 재판이 불가능한 금서가 되었으며, 그는 복직 후에도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인데, 공산권 독재 국가를 방불케 하는 문화 검열이 다름아닌 민주국가를 자처하는 한국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마광수의 뇌구조」는 저자가 생전에 집필한 아포리즘집으로, 자신이 살아오며 문학, 사랑, 인생 등에 대해 느낀 점들을 모아 놓았다. 말하자면 마광수라는 인간의 인생 철학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책인 셈이다. 그의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쾌락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본문에서 그는 쾌락주의의 대표격인 에피쿠로스 학파를 직접 언급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고통이 없는 상태가 최선의 상태이며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하였고, 마광수 교수 또한 쾌락이 모든 행동의 목적이자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기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에피쿠로스가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쾌락을 일시적인 쾌락이라며 낮게 평가한 반면, 저자는 육체적인 쾌락이 진정한 쾌락이라고 여겼다는 점이다. 그는 이를 언급하며 자신의 쾌락주의가 에피쿠로스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의 철학은 에피쿠로스 학파보다는 키레네 학파에 가까워 보인다. 키레네 학파 또한 순간적이고 감각적인 쾌락을 긍정했기 때문이다. 그가 키레네 학파를 알지 못했는지 본문에서 이 점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그의 전반적인 철학이 이들과 비슷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마광수라고 하면 외설적인 이미지가 강하긴 하나, 이 책에 담긴 그의 주장 중에는 성과 무관한 주장도 많다. 이를테면 그의 문학관이 그렇다. 그는 지적 허영에 찌들어 어려운 척하는 문학을 혐오했다. 소설이란 모름지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주장을 하며 도스토예프스키 등 유명 작가들이 왜 읽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하였는데, 이런 발언 때문에 이문열 등 다른 작가들에게 공격받기도 했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주장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의 소설이 복잡한 플롯 없이 성적인 주제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문학관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철학은 다소 과격하긴 해도 억압받을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지 말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가식을 벗어던지라는 것일 뿐이다. 이 책에 나온 말 중 가장 급진적인 문장이라고 해 봤자 한 명과의 관계만을 인정하는 결혼과 부부 제도를 폐지하고 프리섹스를 권장하자는 것 정도인데, 사실 제도적으로 규정해놓지 않아서 그렇지 1900년대에도 프랑스나 미국 등지에서는 이런 관계를 가지는 커플이 제법 있었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버트런드 러셀만 해도 부부가 서로 상대방의 외도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고, 심지어 그들의 집에 애인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결국 마광수 교수는 90년대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이른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고 해임당한 것이며, 이와 같은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제도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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