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문학/철학

「영원한 평화를 위해」- 이마누엘 칸트

by omicron2000 2021. 11. 19.
728x90

인류가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들

 

영원한 평화를 위해

[영원한 평화를 위해]는 인류가 행복할 수 있는 과정과 방법을 칸트가 제시한다. 이 책은 두 장, 두 개의 보충 그리고 부록 I, II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국가들 간의 영원한 평화를 위한 예비

book.naver.com

 이 책은 제목이 보여주는 그대로, 전쟁 없이 영원한 평화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다룬다. 단순히 어떻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법전과 유사한 형식으로 쓰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핵심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 간의 영원한 평화를 위한 예비 조항 6개와 확정 조항3개는 언뜻 보기에는 이상론처럼 보이고, 실제로 현재 세계는 그의 주장과는 제법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세계 시민이라는 개념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 있다.

 여섯 가지 예비 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전쟁 요소를 비밀리에 유보하고 체결한 평화조약은 평화조약으로 타당하지 않다, 2. 어떤 독립국도 다른 국가가 취득할 수 없다, 3. 상비군은 폐기되어야 한다, 4. 국가 분쟁과 관련된 국채를 발행해서는 안 된다, 5. 어떤 국가도 타국의 체제에 폭력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6. 어떤 국가도 암살자의 고용이나 반란 선동 등 타국에 적대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는 평화를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필요조건들이다. 하나씩 살펴보면 1번은 전쟁의 위험요소를 둔 채 겉으로만 평화조약을 맺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고, 2번은 당시 유럽에서 흔하던 국가의 합병이나 승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3번은 전쟁을 전제로 한 조직을 해체해 전쟁의 요인을 제거하자는 의미이고, 4번은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행위, 5/6번은 직접적인 적개 행위를 막는 조항이다.

 다음으로 세 가지 확정 조항은 다음과 같다. 1. 각 국가는 공화적인 체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2. 국제법은 자유국가의 연방제를 기초로 삼아야 한다. 3. 세계시민법은 보편적 우호 조건들에 국한해야 한다. 앞의 예비 조항이 몇몇 국가 간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면, 확정 조항은 더 나아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조건이며, 국가체제나 법의 근본적인 부분을 다룬다. 첫 번째 확정 조항에서 칸트는 공화정을 최선으로 치고 민주정이 전제군주정이나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용어 사용에 따른 오해에 가깝다. 칸트가 말한 공화정이란 입법권과 행정권이 분리된 정치 체계를 말하며, 민주정은 모든 사람에게 직접적인 권력이 있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민주정보다 귀족정이 우월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대의제가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대의적이지 않은 정치 체계는 전제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 확정 조항은 칸트 철학의 핵심인 보편성에 관련하며, 이 보편성에서 세계시민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다.

 많은 사람은 칸트 하면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항상 목적으로 대하라'는 격언을 떠올릴 것이다. 「영원한 평화를 위해」의 핵심 주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가는 수많은 시민이 모인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 자체도 하나의 인격체처럼 대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해, 국가는 부나 권력을 위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돈이나 권력을 위해 국가를 넘기는 것은 금지되어야 하며, 사람에게 이유 없이 위해를 가하면 안 되듯 국가에 대한 폭력, 즉 전쟁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칸트의 주장은 실현되기만 한다면 정말로 영원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만 같으나, 실제로 시행되기까지의 벽이 너무나 높다. 국가 간의 불신이 뿌리깊게 박혀 있기에 예비 조항의 5번과 6번을 지키는 것도 어렵고, 상비군을 완전히 폐지하는 3번 예비 조항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현재 인류는 칸트와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상호확증파괴를 통해서이다. 상비군을 폐지하고 타국에 대한 적대 행위를 멈추라는 그의 주장과는 다르게 이는 군사력을 최대화하고 언제든지 적국을 공격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얻어지는 평화다. 다만 칸트의 방식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이 책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확정 조항에서 언급된 자유국가의 연방은 UN이라는 형태로 아직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원한 평화를 위해」는 마냥 이상론이 아니다. 이는 인류가 영원한 평화에 도달하기 위해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정표와도 같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