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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전기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by omicron2000 202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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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고 해도, 학문이란 즐거운 것이다

 
학문의 즐거움(4판)(양장본 HardCover)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번째 아들, 유년학교 입시에서 보기좋게 물먹고, 한때는 피아니스트를 꿈 꾸었던 곡절 많던 소년.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밭에서 거름통을 들고, 대학 삼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깍이 수학자. 끈기 하나를 유일한 밑천으로, 미국 하버드로 건너가 박사를 따내고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까지 받은 사람. 골치 아픈 수학에서 깨달음을 얻은, 즐겁게 공부하다 인생에도 도통한 평범하고 희한한 수학자. 이 책은 즐겁게 공부하다 인생에도 도통해버린 어느 늦깎이 수학자의 인생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년학교 시험에도 떨어진 소년이 어떻게 하버드에서 박사를 따내고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까지 받았는지, 쟁쟁한 천재들을 제치고 학문의 기적을 이룩한, 이 평범한 사람의 비밀은 대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13.04.11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일본의 수학자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으나 이를 극복하여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수학계의 난제인 특이점 해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필즈상 수상에 성공하였는데, 이 특이점 해소 문제를 본문에 나온 저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이렇다. 놀이공원에 있는 제트 코스터는 곡선 하나로 된 레일이 중간에 엉키거나 충돌하지 않도록 잘 설계되었지만 그 그림자를 보면 복잡하게 교차되거나 뾰족한 지점이 생긴다. 수학에서는 이런 점을 특이점이라 부르고, 특이점은 계산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법을 다루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항상 자신이 천재가 아닌, 보통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며 겸손을 드러내는데, 이 예시만 보아도 어려운 수학적 용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설명했다는 점에서 타고난 천재성보다는 노력을 통해 업적을 이루어낸 사람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상인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열다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으나 전쟁으로 인해서 집안이 어려워졌고, 어린 시절을 힘겹게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서 식구들을 먹여살릴 수 있었다. 다른 수학자들은 어려워서 일찌감치 포기한 난제에 남들보다 2~3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결국 해결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아버지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지금이야 유명한 수학자로 알려진 그이지만 의외로 어릴 때에는 수학자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때는 음악에 큰 흥미를 느껴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희망했으나 누군가로부터 혹평을 듣고 충격에 그만두었으며, 당시 공부를 잘 하는 대부분의 학생을 따라 예비 사관학교인 유년학교에 입학하려다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로도 한동안 방황하다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수학자의 길을 택했다고 하니, 그도 처음부터 천재 수학자는 아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자신이 이렇게 훌륭한 수학자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주변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학자의 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학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그가 어릴 때 한 질문에 모르겠다고 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 같이 고민해 주었고, 다음에 공부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해 주었다고 한다. 누구라도 어릴 때 어머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컸다면 학자가 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부모님 외에도 저자는 꾸준히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 친구 모리타 다카히로와 수학에서는 해답보다 아이디어, 즉 발상이 중요하다고 가르친 중학교 때의 수학 선생님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이 선생님 덕분에 그는 문제를 푸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해결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 또한 특이점 해소의 증명에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목대로 학문의 즐거움이다. 저자가 천재가 아닌, '보통의 두뇌를 가진 사람'이었음에도 수학을 계속 연구하고, 어려운 난제를 마주해도 포기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로 학문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자신이 타고난 분야가 아니더라도, 지금 하는 일이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그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면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라고 하지 않았는가. 저자는 어린 시절에 많이 방황했지만 혹평을 들은 것만으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하고, 시험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군인이 되기를 포기한 것을 보면 음악과 군대에는 흥미만 있었을 뿐,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한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으리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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