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문학/사회과학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 홍춘욱

by omicron2000 2020. 10. 5.
728x90

아들과 함께 프랑스를 여행하며 보는 유럽의 역사와 내일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는 사춘기 아들과 단둘이 파리에서 모나코까지 그랜드 투어에 나선 경제학자 아빠가 여행 기간 동안 호기심 많은 아들과 대화하면서 당시에는 명쾌하게 답하지 못한 이야기를 여행이 끝난 뒤 자료를 찾고 조사해 정리한 것으로, 현지에서 아들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10여 개의 주제로 내용을 정리해 엮었다.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마을이 왜 산속에 위치하는지, 미쉐린 가이드에 나오는 맛집들이 왜 프랑스에 몰려 있는지, 수도교는 언제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파리 집값은 왜 그렇게 비싼지, 마을마다 큰 성당이 지어진 이유가 뭔지, 왜 파리의 쇼윈도를 닦는 사람이 다 유색 인종인지 평소 우리가 대답하기 곤란한 아이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어 프랑스로 아이들과 여행하는 부모들이 미술관이나 유적지 등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
홍춘욱
출판
에이지이십일
출판일
2018.06.20

 경제학을 공부한 저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어느 날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아들과 함께 유럽으로 떠났다고 한다. 프랑스 곳곳을 탐방하며 아들은 궁금한 것을 볼 때마다 저자에게 이를 물어보았고, 저자는 그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책으로 펴냈다. 분명 학생이 한 질문임에도 그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각각의 질문은 유럽사를 관통하는 심오한 내용이었으며, 그 답을 이어나가다보면 유럽의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도 예측이 가능할 정도였다. 파리에는 왜 높은 빌딩이 없는지, 성당과 궁전은 왜 그렇게 크게 지었는지 등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의문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경제학자 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나면 이것이 생각보다 오래 되었고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파리에 고층빌딩이 없어 스카이라인이 낮은 것은 파리의 역사가 깊기 때문에 건물 또한 오래되었고, 일종의 유적과도 같은 이 건물들을 허물고 새 빌딩을 지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이 부작용으로 파리에 사람이 많이 살지도 못하게 되고 집값도 올라갔다는 언급도 한다. 단번에 파리의 스카이라인과 집값, 인근의 인구분포를 모두 설명해낸 셈이다.

 현대 프랑스의 모습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진 모습이기 때문에 수백 년 전인 중세 프랑스나 르네상스 시기의 이야기가 주로 나오지만, 현재 대두되고 있는 이슈도 다룬다. 유럽의 난민 문제가 그것이다. 아들이 한 질문 중에 파리에서 창문을 닦는 사람은 왜 전부 유색인종인지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단순히 경제적 격차로 인한 저임금 노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정보의 격차를 이유로 든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온 사람 중에서도 좋은 학력과 기술을 가진 사람은 충분히 많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확실하게 능력이 보장된 자국민을 뽑는 편이 안전하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저임금 노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랑스 기준에서 저임금 노동이지 고향에서는 큰 돈이라 이민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이웃나라인 영국의 브렉시트 이슈도 함께 다루면서 저자는 현대 유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백 년에 걸친 프랑스의 역사를 지나가며 현재에 다다르고, 지금까지 배운 것을 바탕으로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의 미래까지 내다보는 것이다. 경제학의 시선에서 보면 돈은 한 나라 안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이웃나라들과 교역을 했고, 현재는 전 세계에서 물건과 사람이 오고가면서 경제 활동을 한다. 따라서 경제학자인 저자는 언뜻 동떨어진 듯한 주제에서도 역사적, 사회적 지식을 경제학과 조합해서 연결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곧 경제학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