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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사회과학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by omicron2000 202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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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구를 위해 풍요를 나누고 함께 살아가야 할 때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위협과 두려움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누려왔고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원제 ‘The Story of More’가 암시하듯 이 책은 더 많이 빨리 소비하는 생활이 만들어낸 심각한 문제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더 안전하고 편리해진 삶,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리는 풍요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떻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구 환경의 지속성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호프 자런은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지구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한 주요 소재로 호프 자런이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이다. 《랩 걸》을 통해 과학자-여성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형의 삶을 탁월하게 그려냈던 저자가 이번에는 과학적 사실과 역사, 자신의 삶을 유려하게 엮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그로 인해 위태로워진 행성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힌다. 견고한 사실과 수치에 기초해 있지만 따듯한 유머가 빛을 발하는 글을 통해 독자를 새로운 이해, 즉 모두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사유로 초대한다.
저자
호프 자런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0.09.04

 1798년,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는 자신의 저서 「인구론」에서 '맬서스 트랩'으로 잘 알려진 개념을 제시한다.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인구 증가속도 자체도 빨라지기 때문에 1, 2, 4, 8, ... 식으로, 즉 기하적으로 증가하지만, 한정된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식량에는 제한이 있기에 식량은 1, 2, 3, 4, ... 식으로, 즉 산술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사람이 너무 많아져 과잉된 인구를 충분히 부양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0여 년이 지나고, 수십억 명의 사람이 더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인류는 발전하고 있고,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맬서스의 예측이 빗나간 원인 중 가장 주된 가설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기구의 발전으로 한 명이 더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고, 비료의 개발로 지력을 보충하며 끊임없는 농사가 가능해졌으며, 급기야 유전자 단위의 품종 개량을 통해 병충해에 견딜 수 있도록 식물을 개량하였다. 현재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총합은 전 세계 인구 모두가 먹기 충분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세상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많은데, 여기에 대해 인구의 증가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대자면 그것은 다름아닌 인간의 탐욕이다.

 식량 문제를 다시 보자. 식량의 대부분은 농장에서 나오지만 놀랍게도 농장에서 생산되는 작물 중 상당수는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다. 일부는 고기로 가공될 동물의 사료를 만들기 위해서, 또 일부는 다른 식물의 거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심지어 몇몇 종은 바이오매스 연료를 만들기 위해 소모되기도 한다. 기껏 농약을 뿌려 가며 식물을 키워서 다른 식물의 거름을 만드는 것도, 석유로 돌아가는 트랙터로 식물을 키워 바이오매스 연료가 되는 것도 비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여전히 이런 일에 수많은 양의 곡물이 낭비되고 있다. 곡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식장에서 물고기에게 주는 먹이는 바다에서 잡은 소형 어류로 만든다. 그 외에도 해초, 설탕도 모두 우리가 실제로 먹는 것 이상으로 생산되며, 인간이 먹는 식품으로 가공된 이후에도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팔리지 않아 버려지는 양이 많다. 먹을 것이 남아돌 정도로, 인류는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것이다.

 지나친 풍요의 추구는 부작용을 낳는다. 바다에서는 해가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대형 어류종은 대부분이 멸종했다. 지상에서는 작물에 뿌린 항생제가 언제 어떻게 인체에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고, 목장에서 나오는 메탄 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고, 자동차에서 석유를 태우며 화석 연료 안에 잠들어있던 탄소는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변환되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데, 이산화탄소는 온실 가스로 작용해 지구의 온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문제도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거나 생물의 분포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심하게는 지역의 생태계 자체가 파괴되어 동, 식물의 멸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런 변화가 이어져왔고, 그 속도는 갈수록 심해져 인류의 존망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풍요가 이렇게 큰 부작용을 낳는다면, 우리가 계속 풍요를 추구해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이 책의 원제는 The Story of More인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하든 more(더)라는 말을 쓰곤 한다. 더 빨리, 더 크게, 더 많이. 지금까지 이런 정신은 인류를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모든 사람이 풍요를 누릴 수는 없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지구 어딘가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제 선진국의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던 풍요를 내려놓고, 모두가 함께 나누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처럼 무언가를 '더' 하는 것보다는 '덜'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소비를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인간 때문에 파괴된 지구를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을 위해서.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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