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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사회과학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마크 모펫

by omicron2000 202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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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이게 해 준 사회와 그 속의 인간들

 
인간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양장본 HardCover)
인간과 동물에게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류는 어떻게 다른 동물과 달리 넓은 지역에 걸쳐 큰 국가를 이루었을까? 그 실마리는 누가 집단에 속하고 누가 속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방법, 즉 사회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법에 있다. 『인간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에선 곤충과 포유동물, 수렵채집인 사회를 통해 어떻게 친족사회에서 더 큰 사회가 출현하는지, 국가는 어떻게 건설되고 붕괴되는지, 집단 간의 동맹과 충돌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끼리끼리 뭉치고 외부자를 배제하거나 포용하는 것은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밝힌다. 사회에서 느끼는 분열과 화합의 딜레마를 이해하는 토대가 되어준다. 이 책은 동물행동학, 인류학, 심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1부에서는 다양한 척추동물 사회를 살핀다. 사회 내부에서나 사회 간에 이루어지는 동물들의 이동이 다양한 집단의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대부분의 포유동물 사회가 하나로 뭉치려면 구성원들끼리 서로 얼마나 알고 있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2부에서는 이런 규모의 한계를 가뿐하게 돌파한 유기체 집단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곤충 사회를 살펴보는데, 곤충 사회는 규모가 커지면 기반시설과 노동 분업이 더욱 복잡해지는 등 인간 사회와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또 대부분의 사회적 곤충, 그리고 향유고래 같은 몇몇 척추동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시하는 무언가를 이용해서 사회와의 제휴 관계를 입증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3부와 4부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수렵채집인의 사회와 침팬지·보노보의 행동을 살펴본다. 5부에서는 이런 표지와 사회 소속성을 뒷받침하는 심리를 탐색하고 6부에서는 사회 간 관계를 다룬다. 자연에서 모은 증거들은 동물 사회들이 꼭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평화는 경쟁이 최소화된 상황에서 드물게 몇몇 종에서만 나타남을 보여준다. 7부에서는 사회가 어떻게 합쳐지고 와해되는지가 서술된다. 8부에서는 어떤 변화가 사회를 국가로 확장시켰는지, 또 사회가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살펴본다. 마지막 9부에서는 민족과 인종, 그리고 국민 정체성의 등장을 다룬다.
저자
마크 모펫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0.08.13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무엇이 다른가?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저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였다. 플라톤 학파의 누군가는 인간이 '두 발 달린 털 없는 짐승'이라고 하였고, 하이데거는 스스로 존재함을 인지할 수 있는 존재, 즉 현존재라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정의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사회라는 것이 인간을 어떻게 특별하게 만들었는지 다룬다. 하지만 그 전에 사자에게는 프라이드가 있고, 늑대도 팩을 이루어 다니고, 그 외에도 수많은 동물들이 무리를 짓고 사는데, 어째서 인간만이 이토록 큰 사회를 구성하여 지구 전역에 퍼져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람에게 근연종이라도 있으면 연구가 용이했을 테지만, 사람은 호모 속에 사피엔스 종으로 근연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못해도 수백 명이 무리를 짓는 인간과는 달리 가장 가까운 친척 침팬지는 50여 마리가 무리를 지을 뿐, 사람과는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곤충학자였던 저자는 놀랍게도 사람과 거리가 먼 개미와 벌의 사회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사회의 복잡성과 규모를 고려한다면, 세상의 모든 동물 중에서 사람의 사회와 가장 가까운 무리를 짓는 동물은 벌과 개미라고 한다. 여왕개미, 일개미, 병정개미로 나뉜 정밀한 분업 체계와 하나의 집에 수천 마리가 넘게 사는 거대한 규모를 모두 만족하는 동물은 극도로 적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미의 경우에는 사람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전쟁을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식량을 이유로, 인근의 개미굴을 공격해서 수백 마리의 병정개미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특정 종의 개미는 다른 개미의 알을 납치해 부화시킨 뒤 노예로 부리기까지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사회가 인간 사회와 정말 닮아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제 인간, 벌, 개미의 무리가 사자, 침팬지, 코끼리의 무리와 무엇이 다른지 알아야 하는데, 저자는 익명성에서 그 답을 찾는다. 수십 마리가 모인 동물들의 무리는 주로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집단 내에서 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지만, 인간과 벌과 개미는 집단 내의 모든 개체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 명이 기억할 수 있는 대상에는 한계가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익명의 사회를 위해서는 표지라는 중요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여기에서 표지라는 것은 나의 사회와 다른 사회를 구별할 수 있는 지표를 의미한다. 모든 개체가 서로 알고 있는, 작은 무리의 경우에는 이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상대가 우리 무리에 속해 있는지를 바로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미는 페로몬을 이용해 무리 내의 다른 개체와 소통이 가능하고, 돌고래는 자신들만의 초음파 주파수가 있으며, 벌은 멀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춤을 추는 등 의사소통 수단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특수한 화학 물질을 분비하는 것도 아니고, 후각이나 청각이 다른 동물에 비해 뛰어난 것도 아니기에 특이한 표지를 만들어 냈다. 대표적인 것이 의복과 장신구이다. 지금은 그런 경향이 많이 희석되었지만 <아마존의 눈물>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면 부족마다 고유의 문신이나 장신구를 달고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자신이 만난 상대가 나와 같은 부족인지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표지 덕분에 사람은 무리를 점차 키워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많은 습성도 이 사회를 키워 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외국인에 대해 혐오감을 보이는 것은 자신과 다른 표지를 지닌 이방인을 낯설계 여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방인을 경계하는 것이 지나쳐 전쟁을 일으키고, 식민지로 삼고, 대학살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생겨났는데, 현재 이런 상황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이민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비행기나 배 등 교통수단이 발전해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데다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해외의 정보를 얻기 용이해짐에 따라 이민을 가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이 경계심 때문에 현지에서 이민자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혐오 여론이 조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 사회의 충돌에 있어서 한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의 선조들이 사용한 방법으로, 서로 다른 사회 간 협력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면 사회가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부족과 국가가 평화적으로 흡수된 전례가 있고, 유럽 연합의 경우와도 같이 이는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민자 문제를 포함, 전세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언젠가 모든 국가와 모든 인간이 '인류'라는 하나의 무리로 통합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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