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

너무나도 일그러진 세상의 너무나도 일그러진 영웅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한빛문고 1)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소설가 이문열의 대표작으로,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생긴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사회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인과 집단 간의 문제를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문장구조와 낱말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또한 한병태, 엄석대, 선생님, 그 밖의 친구들 등 인물 하나 하나의 성격이 섬세한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으며 연필선을 살린 일러스트는 작품의 회상적인 분위기를 더욱 살립니다. 더불어 평론가의 상세한 작품 해설을 붙여 이해를 도왔습니다. 한병태는 아버지의 좌천으로 서울의 명문 초등학교에서 작은 읍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그 학교에는 급장인 엄석대가 담임 선생님의 비호를 받으며 아이들을 지배했고, 반 아이들도 아무런 저항 없이 그의 말대로 행동했습니다. 이미 서울 학교에서 합리적인 사고 방식의 장점을 체험한 병태는 엄석대와 싸우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됩니다. 결국 병태는 석대 앞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뿐만 아니라 엄석대의 왕국에서 권력의 단맛을 즐기며 그의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데….

저자

이문열

출판

다림

출판일

2014.01.17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읽어 보지는 않았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자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 빗대어 전학생인 병태의 시선에서 풀어나가는데, 교실을 지배하는 엄석대는 압제자, 그에 저항하다 이내 순응하는 병태는 지식인, 석대를 따르는 반 아이들은 대중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기존 담임 선생님은 압제를 부추기는 역할을, 새 담임 선생님은 석대와는 다르게 질서라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폭력을 의미한다. 꼭 맞는 예시를 들 수는 없더라도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하였다는 점에서 잘 알려져 있으며, 마찬가지 이유로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제법 잦은 책이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사람이 가장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은 작품의 배경이 초등학교라는 점일 것이다. 가장 순수해야 할 시절에 권력에 취해 폭정을 일삼는 석대와 그를 모범생이라 생각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려고 하지도 않는 담임의 모습은 극심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현대의 중고등학교를 연상시키며, 서울에서 온데다 공부도 잘 한다고 엘리트주의에 빠진 병태의 태도 또한 초등학생이라기에는 믿기 어렵다. 이 작품이 쓰이던 당시 초등학교의 분위기는 물론 현재와는 차이가 크겠지만, 이 작품이 현재까지도 널리 읽힌다는 점에서 단순히 시대의 문제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저자가 의도적으로 추악한 현실과 대비되는 어린 나이의 배경을 설정한 것일 듯하다. 사실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고립된 작은 사회라는 점에서 학교라는 배경은 작품의 핵심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결말에서 병태는 석대가 연행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과거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사실 여기에는 저자가 생각한 또 다른 결말이 있다고 한다. 원래 결말과는 정반대로 석대가 화려하게 성공해서 병태를 호텔로 데리고 오는 것으로, 현실에서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들, 혹은 독재자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초등학생 시절 이 책을 읽고 퀴즈를 푸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은 상태에서 성인이 된 석대의 모습을 묻는 문제에 성공하여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고 적었다가 틀린 경험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초등학생조차 그렇게 예상할 정도로 석대가 성공하는 결말이 현실에서 더 설득력 있는 결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