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시기와 질투로 비틀린 두 인간 오셀로와 이아고

 

오셀로(세계문학전집 53)

영국의 대표 시인이자 극작가로 인정받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에서 비롯된 주요 사건들을 통해 주인공의 사랑이 보여주는 극도의 아름다움과 극도의 타락, 그 아름다움의 회복을 추적하는 고통스러운 변천사를 그리고 있다.

저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1.09.05

 셰익스피어의 글을 원래 썩 좋아하지 않는다. 시대를 고려하더라도 그의 작품이 특별히 독창적인 플롯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창성과는 정반대로 흔하디흔한 소재와 줄거리를 가지고 유려한 문장을 통해 풀어내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그의 작품이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각지의 민담이나 전설, 심지어는 기존의 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자신의 작품을 쓰는 경우가 잦았기에 생전에는 표절 시비도 종종 붙었고 사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셰익스피어는 표절 작가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리스 신화의 한 부분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데, 시대적인 상황만 다를 뿐 금단의 사랑과 오해가 부른 죽음이라는 점까지 동일하다. 물론 기존의 작품을 가지고 재창작하는 경우는 현대에도 제법 흔하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일 테지만, 그의 작품들이 독창적이지는 못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오셀로」는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특이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비교해 보면 「오셀로」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4대 비극이란 거기에 더해 「햄릿」, 「맥베스」, 「리어 왕」을 말한다. 「햄릿」과 「맥베스」는 각각 기존에 전해오는 스칸디나비아와 스코틀랜드 전설을 기반으로, 「리어 왕」의 경우에는 영국의 민담을 각색해 쓴 작품이다. 「오셀로」 또한 원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나머지와는 방향이 다르다. 네 작품 모두 비극의 근본적 원인은 인간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이 셋은 전설로부터 비롯하였기에 운명적인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맥베스」에서는 마녀들이 예언을 하고, 이것이 마지막에 실현되니 그야말로 운명이 주요 소재라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오셀로」의 모든 비극은 이아고 개인의 시기와 오셀로의 질투로부터 비롯되었고, 운명이 여기에 개입하는 요소는 없다시피하다.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무어인 오셀로의 부하 노릇을 하는 이아고는 지위에 대한 시기심으로 데스데모나를 모함했으며, 오셀로 또한 무어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이아고에게 속아 아내를 죽인다는 내용 자체가 오직 인간의 감정과 악의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주요 이슈인 인종에 대한 문제가 다루어진다는 점 또한 「오셀로」의 주 특징이다. 무어인이란 당시 아프리카 북부에 사는, 이슬람교를 믿는 흑인들을 주로 부르는 표현이었다. 종교적, 인종적 차이로 당시 유럽에서는 적대시되던 민족으로, 이들은 한때 이베리아 반도를 차지했다가 스페인의 레콩기스타로 쫓겨난 입장이라 기독교 세력과는 적대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메두사호의 조난」의 저자는 무어인의 도움으로 구조되었음에도 그들을 부정적으로 보며 벗어날 궁리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셀로는 출생만 무어인일 뿐, 이슬람교도가 아닌 기독교도였고 오히려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하였는데, 그럼에도 그가 갖은 차별을 겪었다는 점에서 당시의 인종차별 문제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셀로」 또한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원전이 존재한다. 인종에 대한 문제를 다룬 점은 분명 시대를 앞서간 것이지만 셰익스피어가 창작해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작품의 모티브가 될 이야기를 고르는 그의 선구안이 시대를 앞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당시 인종차별은 일반적이었음에도 무어인 장군이라는 주인공은 그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보아도 독보적으로 특별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며, 그의 부하 이아고 또한 마찬가지로 그 어느 악역보다도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캐릭터와 플롯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면 「오셀로」는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 중 가장 특별하다고 부를 수 있을것이다.